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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jave voltage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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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은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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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월 전부터 화면이 1980년대 오락실의 게임 화면비율처럼 세로로 조금씩
늘어지길래 재밌구나싶어 한 1년만 더 버텨다오라고 기도했는데 결국
어제 20일날 더욱더 얇게 줄어들더니 수명을 마쳤다. 내가 한창 공황장애를
겪고 많이 치료된 1996년 추석연휴 전날, 엄마 아빠와 같이 용산에서 구입한
내 첫번째 컴퓨터 모니터였다. 이걸로 음악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었지.

1998년 1월, 모하비 1집을 찍고, 경기도 죽산에도 같이 살고, 2집도 내고,
홍대 옥탑방에도 살아보고, 국내 유명한 클래식 기타리스트의 스튜디오에서도
살아보고, 3집, 4집, 4.5집을 내고 어제 막 한국계 이태리 여가수 데뷰싱글의
편곡 작업을 마치고 마무리 점검을 하려는데 모니터가 결국 죽었다.

집에 정전이 온 것도 아닌데 이상한 침묵이 어색해서, 갑자기 할일이 없어진
나는 집 앞 도나스 가게에 가서 블랙커피를 사마셨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니 얘가(=모니터) 나보다 더 훌륭한 삶을 살다 떠났네...죽는 순간까지
음악만을 위하다 죽은거잖어..."

솔직히 난 이 모니터같은 삶을 절대 장담못하기 때문에 더욱 감개무량하였다.
마치 어느 뮤지션의 삶과 죽음을 내가 가까이서 지켜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릎이 노쇠해 다리를 절뚝거리는 엄마와 함께 집 앞 전자대리점에 걸어가서
액정모니터를 새로 하나 샀다. 물론 엄마한텐 이제는 믿지 않는 "시디팔아서
엄마한테 배로 갚아줄께"란 말을하고 말이다. 돈이 좋긴좋다. 화면이 다르네.

첫 컴퓨터 모니터의 죽음을 기리며
(1996.가을 - 2005.12.20)

2005-12-21 22:23:40